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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는 겨울에 무리하지 않는다

철새는 겨울에 무리하지 않는다
Photo by Julia Craice / Unsplash

열정넘치는 사람들도 가끔 '번 아웃 Burn Out'을 호소하곤 한다.
수 년간 영혼을 갈아넣으며 질주하다 보니 체력도, 마음도 방전되었다고.

이나모리 가즈오는 혼을 담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노력'을 강조하는데 그건 역시 이른바 '난 사람'에게만 가능한 것인가.

국내의 철새는 120종 이상, 130만 마리에 달하며 겨울 철새는 보통 3000km이상을 날아서 이동하곤 한다. 매년 지치지 않고 번 아웃을 극복하는 철새를 통해 우리는 자연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1)철새는 환경에 적응하고 스스로를 바꾼다.
백로는 여름에 새끼를 낳기 위해 우리나라로 온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다시 남쪽으로 간다. 출산에 맞는 환경을 스스로 찾고, 때가 되면 적절한 곳을 찾아 이동하며 억지로 버티지 않는다.

세상의 변화는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을 만큼 다이내믹한 현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는 이런 현실에 적응하고 스스로를 바꾸며 다시 태어날 필요가 있다.
디스켓의 모양, USB의 필요성도 모르는 MZ세대와 함께 일하며 유선전화시대의 사고를 고수하면 안된다. 변해야 할 것은 자신이다.

2)철새는 미리 준비한다.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는 러시아에서 살다가 겨울이 되기 전에 우리나라로 날아온다. 평소에 흩어져 살다가 추운 겨울이 되면 여러 가족 단위로 무리로 모이고, 일부 먹이도 미리 확인하며 겨울을 대비한다.

COVID-19는 준비되지 않은 자영업자들에게 재앙과 같다. 2년째인 지금도 수많은 피해를 만들며 한숨을 불러일으킨다. 브라운백 커머스의 고객인 동네 카페들의 휴업과 폐업은 마음이 아파 내부 미팅때마다 늘 회자되곤 했다. 반면 배달 회사, 간편식 회사 등에는 큰 기회였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어려움은 예고 없이 몰아치는 아픔이지만, 준비된 자에게는 재난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전쟁에서 군수산업은 비롯되었다.

3)철새는 혼자 날지 않는다.
V자 대형으로 유명한 철새의 이동은 협업의 결정체이다. 맨 앞의 새가 체력이 떨어지면 다음 위치의 새로 자리를 바꾼다. 앞 새의 날갯짓에서 나오는 바람을 V자 대형을 통해 최대한 활용하며 편하게 비행한다. V자 대형은 혼자 이동할때보다 70% 이상의 활공 거리를 만들어낸다.

인류가 발명한 큰 유산 중 하나는 '조직'이다. 사자와 같은 힘도, 새와 같은 날개도, 물고기와 같은 아가미도 없지만 인류는 지구상의 대부분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수백만년이 지난 지금도 한 명의 능력으로는 여전히 걸어서 몇 시간의 거리만 갈 수 있을 뿐이다. 생존에서 진보에 이르기까지 확장되는 인류의 발전은 그 저변의 분업과 협업, 기록과 전수, 존중과 배려, 사랑과 나눔 등이 바탕이 되었다. 혼자 이룰 수 없는 일을 우리는 함께 할 수 있다.

스스로 변화하고, 미리 준비하며, 함께 하는 삶이 번 아웃을 예방하고 평화와 진보를 우리에게 가져다 준다. 겨울에 갑자기 허둥대며 무리하지 않는 철새의 지혜가 바쁘고 고단한 우리의 하루하루에 깃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