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min read

친절은 돈이 들지 않는다

친절은 돈이 들지 않는다

배우 태인호는 첫 영화가 '하류인생'이었다. 너무 긴장해 NG를 첫 촬영때 잔뜩 낸 그는 주눅이 들어 구석에서 혼자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 때 한 배우가 와서 '힘드시죠. 잘 되실거예요.'라고 진심어린 격려를 전했다. 태인호는 평생 잊혀지지 않는 순간으로 조승우 배우가 건넨 그 친절을 꼽는다.

78세에 34조원의 빚을 안고 파산한 일본항공 JAL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은 문외한 이나모리 가즈오는 고심 끝에 일을 맡는다. 그는 리더십 교육과 함께 일선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핵심 활동으로 수행했는데, 이때 승무원들의 서비스가 변하기 시작했다. 뻣뻣하기로 유명했던 JAL의 서비스가 승객을 가족처럼 친절하게 대하는 서비스로 변한 것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자 JAL의 미담은 속출했다. 기내에 오랜시간 갇혀 있는 고객에게 갓 지은 주먹밥을 제공한 객실 승무원, 라운지에 갇힌 고객에게 사비로 초콜릿을 사서 전해준 모스크바 지점의 직원,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가는 적십자 구호 스태프에게 마음을 담은 위로 방송을 한 기장, 객실 승무원들은 격려의 메모를 적어 몰래 짐에 넣어 두어두기 까지했다. 특히, 어느 고객이 JAL 본사로 보낸 감사의 편지는 일본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일흔이 넘은 고객의 어머니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고립되어 있었고 파괴된 후쿠시마 원전에 의한 방사능 피폭의 위험에 놓여 있었다. 후쿠시마 지역의 모든 항공기는 결항되었고 전철 역시 운행을 멈추었다. JAL의 한 객실 승무원이 그의 어머니를 발견했다. 승무원은 버스를 이용해 노선을 바꿔가며 무사히 간사이 공항까지 데려다 주었다. 가는 중간에 자식들에게 소식을 전해주었고 긴장한 노인을 위로하며 가는 내내 친절하게 보살폈다. 가족들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 주소를 물어보자 그 승무원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저야말로 어머님과 같이 보낼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누군가를 돕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일이라, 저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일이 언젠가 있겠지요." /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왜 일하는가 - YES24
삼성이 10년간 신입사원들에게 추천한 단 한 권의 책!오늘도 습관처럼 출근하는 당신에게 묻는다“당신은 어떤 일을 하는가? 그 일을 통해 무엇이 되려 하는가?”일이라는 화두만으로 아무런 홍보도 없이 수십만 부가 팔린 책이 있다. 2010년 처음 국내에 소개된 이...

3명의 직원만 데리고 JAL에 들어간 그는 2년만에 회사를 살리며 전세계 항공사 중 최고의 이익을 기록하고 회사를 재상장한다.

비영리 기관에서도 친절의 가치는 빛을 발한다. 메이요클리닉은 1883년 설립된 세계 최초, 최대의 비영리 의료기관이다. 최고의 환자 경험을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최고의 가치로 삼은 그 곳은 응급 환자가 실려오면 30년 경력의 교수 의사도 중환자실로 나와 진료하고, CS창구에 소셜 미디어 담당 의사만 3명 배치할 정도로 고객과의 교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루말할 수 없는 친절이 메이요클리닉의 어떤 역량보다 중요하다'고 메이요 클리닉의 바바라 스푸리어 혁신센터 책임자는 이야기한 바 있다.

트라우마 스페셜리스트인 제니 스코츠는 봉사단체 로타리에 기고한 글을 통해 '친절과 감사는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하는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촉진시킨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반복된 선행은 더 큰 안정과 평화를 정서로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음식점 리뷰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서비스의 리뷰가 상당히 많은 것이 눈에 띄는 것이다. 비대면인 배달 플랫폼의 리뷰에도 친절에 대한 언급이 제법 많은 것을 보면 사람은 분명 본질 이상으로 순간의 인상을 크게 받는 존재인것 같다.

누군가 힘들 때 손 내밀어주는 모습, 아플 때 안아주는 모습 뿐 아니라 좋을 때 호감을 전하고, 고마울 때 감사를 전하는 친절한 모습은 그 자체로 의미가 깊지만, 이렇게 관계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우리는 이런 소중한 태도를 매순간 외면하며 나를 앞지르는 차에 경적과 짜증을 보내고, 나만의 기대보다 늦게 나오는 음식과 배송에 화를 내기도 하고, 내 마음을 몰라주는 주변사람들에게 왜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느냐며 초능력을 기대하곤 한다.

인생의 의미를 이렇게 더해주는 친절이란 태도를 갖추는데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은 놀라울 정도다.
그것은 무료다.

영국의 소설가 헨리 제임스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사람의 삶에서 중요한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친절이고, 둘째도, 셋째도 친절이다."